전문가 기고

중대재해법 시행 1년, 성과와 과제

2023-01-31 11:27:43 게재
정혜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맞아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에서는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의 산재예방효과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60.2%가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지난해 1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77.5%가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 것에 비교하면 1년 만에 17.3%p 감소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산재예방 효과에 대한 인식이 감소한 이유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산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년 동안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오히려 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중대재해법의 산재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처벌된 사례가 한건도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의 효과를 느낄 수 없다.

중대재해법 왜 효과를 못내나

지난 1년 동안 사업주는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안전보건관계자를 확충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처벌을 지나치게 강조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에 치중했던 것이 큰 문제다.

예방에 투자하고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처벌을 피하는 것이지 서류만 갖춘다고 처벌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보다 법률가 의견을 더 중시 여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사업장에서 법률가에게 의존하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법률자문을 의뢰할 수 없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는 더 큰 불안감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에서 먼저 안전보건 전문가와 노사 의견을 경청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중대재해법은 오히려 많은 내용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법의 내용을 사업장의 실정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방 투자, 처벌을 피하는 지름길

정부에서는 위험성평가를 핵심전략으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행된 위험성평가는 1년에 한번 안전보건공단에서 만든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에 맞추는 것이었지 실제로 현장의 대응을 위해 활용된 것이 아니었다.

로드맵에서 제시한 것처럼 현장 중심으로 매일 작업 전에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핵심적인 것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기초적이고 단순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

코로나19에 시행됐던 비대면 교육이나 우편교육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중대재해 감축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안전대책은 과도한 비용을 투입해야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보호구 착용, 안전난간 설치, 정리정돈 등 쉽고 편리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시행해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면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안전은 곧 경제다. 비용부담이 있으니 중대재해법을 완화하자는 것보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생각과 의지를 갖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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